안녕하세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미국에서 우리 반려동물들이 아플 때 어디 동물병원으로 가야할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동물병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예약제로 운영되는 병원도 있고, 워크인(walk-in)만 하는 병원도 있고, 예약제와 워크인 모두를 하는 병원도 있고, Emergency 센터가 있는 병원도 있고, 전문의(specialist)들이 상주하고 있는 병원도 있지요.
어떤 상황에 어느 곳에 가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할게요.

강아지/고양이가 아파서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시려고 하는 경우:
강아지/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종종 아픈 경우가 있지요. 갑자기 구토나 설사를 한다거나, 몇 일째 밥을 먹지 않는다거나, 다리를 전다거나 등 다양한 경우가 있는데요.
어떤 질병은 바로 병원에 가서 최대한 빨리 처치를 받는 것이 중요하고, 어떤 질병은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지금 당장 받을 필요는 없고, 하루 이틀 후에 병원에 가도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를 '응급(Emergency)'한 케이스로 말할 수 있겠네요. 이런 응급한 케이스는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금만 늦어져도 치료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가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강아지가 집에 놔둔 초콜릿을 찾아서 몰래 많이 먹고, 현재 경련 증상을 보이는 중인 경우,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서 환자가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어떤 초콜릿을 언제, 얼마만큼 먹었냐가 중요하긴 하지만, 심할 경우, 심장에 영향을 주어서, 갑자기 심장이 정지되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1초를 다투는 급한 상황인 경우에는 이머전시(emergency) 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이머전시 병원은 대부분 휴일 없이 24시간 운영이 되어요. 사시는 곳 주변 대학교에 수의과대학(College of Veterinary Medicine)이 있는 경우, 대학교 소속 동물병원이 있는데 대부분 이머전시 병원을 가지고 있어요.
대학병원 말고도 VSEC(Veterinary Specialty and Emergency Center; 줄여서 '브이-섹'이라고 읽습니다)과 같은 큰 병원의 경우 Emergency 병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변에 가장 가까운 Emergency 병원이 어디인지 평상시에 알아 두시면, 응급한 상황이 갑자기 닥쳤을 때 찾아보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 미리 알아두시는 방법도 있고, 주로 가는 동물병원이 있다면, 그곳에 주변에 24시간 하는 Emergency 병원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문의하시는 방법도 있어요.
작은 병원들은 시설 부족 등으로 인해 응급한 케이스를 감당할 수 없어서 Emergency 병원으로 리퍼(refer) 보내기도 하거든요. 따라서 문의하시면, '왜 우리 병원 말고 다른 병원에 가려고 하지?'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급한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알아두려고 한다고 말씀하시면 친절하게 알려줄 거예요. (Emergency병원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할게요.)

응급한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지역 병원에 가시면 되어요. 지역 병원이라 함은, 동네 주변에 있는 일반 동물병원들을 뜻합니다. 대부분은 전문의 없이, 진료수의사만으로 이루어진 병원이지요. (요즘에는 큰 지역 병원의 경우 전문의 몇 명이 있기도 하더라고요.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에요).
이런 지역 병원은 대부분 예약제로 이루어지는데 워크인도 같이 받기도 해요. 혹은 어떤 병원은 예약제를 아예 시행하지 않고, 100% 워크인만 받기도 하고요.
예약제와 워크인의 차이점은, 예약제는 적어도 전날 전화를 해서 언제 방문할 수 있겠냐고 예약을 잡아야 하는 것이고요. 워크인은 미리 전화할 필요 없이, 병원에 바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어요.
대신 워크인의 경우, 나보다 먼저 온 워크인 환자가 있으면 그 환자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워크인이라고 해서 병원에 가자마자 바로 수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몇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럴 때에는 보호자들의 불만이 어마어마 하지요. 하지만 순서대로 진료 보아야 하는 수의사 입장에서는 빨리한다고 하는데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정리하자면, 우리 강아지/고양이가 아픈데, 굉장히 급한 상황은 아닐 경우, 1) 예약을 해서 진료를 받거나, 2) 워크인으로 가거나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며칠 기다려도 되는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면 예약을 해서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좋아요. 예약하는 경우, 특정 날짜, 특정 시간에 예약을 하는 것이므로 워크인만큼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고요. 또한 워크인은 visit fee가 예약해서 가는 것보다 비싸기 때문에, 환자가 급한 경우가 아니면 예약해서 가는 것이 가격 측면에서도 낫습니다.
그러나 강아지/고양이가 너무 아플 경우, 즉 Emergency병원에 갈 만큼은 아니지만 좀 급하다 싶은 상황이면 조금 기다리더라도 워크인으로 가셔서 당일에 치료받는 것이 좋겠지요.
예약해서 가는 것보다야 가격이 비싸겠지만, 강아지/고양이가 아파서 며칠 더 늦게 가면, 오히려 치료하기가 더 어려워져서 환자가 치료될 가능성도 낮아질 수도 있고, 또한 가격 측면에서도 오히려 더 비싸질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어느 상황에서 워크인을 가야 할지 예약해서 가야 할지 판단하기가 어려우실 수 있어요. 이것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좀 더 알아볼게요.
일단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헷갈리시면 지역 동물병원에 전화해서 문의하시는 거예요. 짧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시면 병원에서도 조언을 줄 거예요.
그리고 타의에 의해 워크인을 가셔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즉 우리 강아지/고양이가 아픈데 며칠은 기다릴 수 있다. 그래서 예약제에 가려고 했는데, 동물병원에 예약이 가능한 날짜가 한 달 후인 경우도 있어요. 요즘 특히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이러한 경우가 많다고 들었어요.
이럴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워크인에 가셔야 하겠지요.

정기검진 받으러 가는 경우:
아프지 않더라도 병원에 가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예방접종을 맞거나, 혈액검사를 포함한 정기 검진을 받는 경우가 그러한데요. 이런 경우에는 이머전시 병원이나 워크인 병원에 갈 필요가 전혀 없겠죠!
주변 지역 병원에 예약하시고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서 좋고, 가격 측면에서도 가장 낫고요. 예방접종이나 정기검진은 하루 이틀 늦어진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대신 한 가지 알고 계셔야 할 것은 광견병(rabies) 백신 접종의 경우, 늦지 않게 접종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작년 3월 1일에 1년짜리 백신을 맞은 경우, 올해 3월 1일이 되기 전에 맞는 것이 가장 좋아요.
그 이유는 사실 강아지/고양이의 면역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법적인 이유 때문이에요. 특히 강아지/개가 이 경우에 해당하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 광견병 백신의 경우 법적으로 하루만 늦어져도 그 개/고양이는 백신이 up to date가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이에요. 법적 소송에 혹시 휘말리게 될 경우, 하루만 늦어져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광견병 백신은 날짜를 지켜주시는 것이 가장 좋아요. 미리 확인하시고 미리 예약하시는 것이 좋겠지요. 광견병 외의 다른 질병에 대한 백신은 이러한 법적 사건에 휘말릴 경우가 적으므로, 하루 이틀 늦더라도 조금 더 플렉시블(flexible) 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럼 전문의가 있는 병원은 언제 가나요?
전문의들이 상주하는 큰 병원이 있어요. 위에서 말씀드린 대학교 소속 동물병원이나, VSEC과 같은 큰 2차 병원, 혹은 특정 전문의만으로 이루어진 전문의 병원이나 조금 큰 사이즈의 로컬 병원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전문의라 함은, 내과(internal medicine), 외과(surgery), 영상의학과(radiology), 종양과(oncology), 심장내과(cardiology), 등 다양한 과에 대해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스페셜리스트를 의미하지요. 이 분들은 특정 과에서 몇 년을 추가적으로 인턴 및 레지던트로 일하시고, 공부하시고, 시험에 패스하셔서 자격증을 취득하신 거예요.
이러한 전문의들에게 진료를 보시려면, 지역 병원에서 리퍼(refer)를 받으셔야 합니다. 대부분 리퍼 없이 바로 전문의에게 진료받으실 수는 없어요. 우선 1차적으로 진료수의사들이 있는 동물병원에 가서, 이 질병이 로컬 병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 질병인지를 판단받으셔야 해요.
진료수의사가 이 케이스는 전문의에게 진료받는 것이 좋다고 판단할 경우, 리퍼해주는데, 이때 강아지/고양이의 증상이 어떠하고 신체검사 결과가 어땠는지 등을 포함한 의료기록(medical record)과 referral form을 함께 줄 거예요. 가지고 가셔서 전문의가 보면 바로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도록요. 이렇게 리퍼를 받으면, 전문의가 있는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시면 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드리고 싶은 부분들이 참 많았는데 안 그래도 긴 글이 장황해질 것 같아서 생략했어요. 또 다른 포스팅에서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어떤 병원에 언제 가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네요!